한 순간의 판단으로
127년의 명품브랜드가 시작되다.
공항에 늘어선
수많은 캐리어들 속에서,
멀리서도 단번에 알아보는
캐리어가 있죠.
기본적으로 바퀴 달린 여행용 가방은
러기지(Luggage), 수트케이스(Suitcase) 등으로
불리웁니다. 하지만 이번 포스트에서는
국내에서 더 익숙한 표현인
‘캐리어’로 사용합니다
알루미늄 바디에
가늘게 반복되는 세로결.
빛을 받으면 매끈하게 반짝이면서도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죠.
Source | rimowa.com
리모와.
지금은 럭셔리 캐리어의
상징이 된 브랜드입니다.
그런데 궁금하지 않나요?
그냥 여행용 캐리어를
제작하는 이 브랜드가
어떻게 모두가 인정하는
럭셔리 브랜드가 되었을까요?
리모와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그 계기가
‘한 순간의 선택’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 선택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그 한 번의 판단으로
127년을 지속하고 있는
명품브랜드.
오늘의 이야기, 리모와입니다.
Source | RIMOWA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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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와의 시작은
아주 평범했어요.
1898년 독일 쾰른,
작은 공방에서
여행용 나무 트렁크를
만들던 제조업체로 출발했죠.
당시 철도와 증기선을
타던 여행자들은
무겁지만 튼튼한 나무 상자를
여행 가방으로 들고 다녔어요.
유럽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이었고,
특별한건 아니었어요.
지금 우리가 떠올리는
반짝이는 알루미늄이나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죠.
리모와는
그냥 수많은 제작소 중 하나였고,
럭셔리와는 거리가 멀었어요.
그 당시, 루이비통이나 고야드 같은
프랑스의
명품 제작소들과 비교하면,
규모도, 인지도도
한참 아래였죠.
그저 ‘튼튼한 독일제’ 정도.
그렇게 성장해오던 중,
1930년대에, 모든 것을 바꿔버린
큰 화재가 발생해요.
공장에 있는 거의 모든게 타버렸죠.
많은 자재가 불에 타버리고,
잿더미 속에서
유일하게 남은 건 알루미늄이었어요.
창업자의 아들인
리하르트 모르쎅은
화재 속에서 유일하게 남은
이 금속을 보고 생각합니다.
‘불길에도 살아남는 금속이라면,
여행에도 가장 든든한 보호막이 되지 않을까?’
그 순간의 판단이
리모와의 길을 완전히 바꾸게 됩니다.
알루미늄 캐리어라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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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반,
여행의 풍경은 빠르게 바뀌고 있었어요.
바다와 기차를 넘어
하늘길이 열리던 시기였죠.
새로운 이동 수단은
여행가방에도
변화를 요구했습니다.
기존의 나무트렁크보다
더 가볍고, 더 튼튼하며,
반복되는 이동에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가져야했죠.
리모와의 알루미늄 캐리어는
그 요구와
정확히 맞아떨어졌어요.
가볍고, 튼튼하고,
항공 여행에 최적화된
새로운 가방.
Source | rimowa.com
단순한 소재의 전환이었지만,
사람들은 그 안에서
여행의 미래를 읽어냈습니다.
리모와가 ‘항공 여행의 가방’으로
불리기 시작한 순간이었어요.
1950년대,
리모와는 알루미늄 바디에
가늘게 반복되는
세로결을 추가했어요.
겉보기에
단순한 장식처럼 보였지만,
그 발상은
1919년에 등장한
세계 최초의 전금속 여객기,
융커스 F13의
외관에서 비롯됐습니다.
Source | flickr.com | Junkers F13
비행기의
표면을 따라 흐르던
리벳과 패널의 선.
리모와는 그 패턴을
가방으로 옮겨왔어요
비행기의 동체를 지탱하는
외관 구조처럼,
가볍고 단단하면서도
충격을 분산시키는 원리였죠.
Source | wikimedia.org
덕분에 스크래치가
잘 보이지 않았고,
무게 대비 강도도
훨씬 높아졌어요.
하지만 기능만
좋았던 것은 아니었죠.
이 그루브 패턴 디자인은
곧 리모와의 얼굴이 되었고,
멀리서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상징적인 코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알루미늄 캐리어는
이제 단순한 가방이 아니라,
럭셔리를 상징하는
하나의 언어가 되어가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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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와는 알루미늄에서
머물지 않았어요.
1970년대에는
장비를 보호하는
방수 케이스를 선보였고,
2000년대에는
알루미늄보다 가벼운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를 도입했죠.
Source | rimowa.com
휠에도 혁신이 있었어요.
네 개의 바퀴가
360도로 회전하며 움직이는 시스템,
복잡한 공항에서도
쉽게 이동할 수 있게 했죠.
최근에는 전자 태그 기능까지 더해졌어요.
스마트폰으로 수하물을 확인하고,
체크인 과정을 간소화할 수 있는 기능이죠.
(하지만 이 기능은 복합적인 이유로
더 이상 생산하지 않고 있어요)
리모와는 단순한 여행가방에
머물지 않고
시대의 변화에 맞춰서
여행에서 생기는 불편함을
기술로 해결하는 브랜드로
진화해왔던거죠.
기술로 끊임없이
진화하던 리모와는
2016년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해요.
세계 최대 럭셔리 그룹 LVMH가
리모와를 인수한 것이었죠.
이제는 단순한
고급 여행가방 회사가 아니라
럭셔리 하우스의 한 축으로
편입된거예요.
Source | LVMH YouTube
한층 새로워진 리모와는
디지털 세대의 감각을
브랜드에 불어넣었습니다.
전통적인 장인정신은
유지하면서도,
패션과 예술,
스트리트 문화와의
연결을 준비했죠.
Source | iconeye.com | RIMOWA collaborates with Ptolemy Mann
루이비통, 디올 같은
하우스들과 함께
리모와의 이름이
나란히 언급되기 시작했고,
이 브랜드는 럭셔리의 언어로
재해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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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MH 편입 이후,
리모와는
더 이상 전통적인 여행가방에
머물지 않게됐죠.
과감한 협업으로
패션과 예술의 무대에서
새로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슈프림과 만든 강렬한 그래픽의 캐리어,
오프화이트와의 투명 디자인,
디올과는 하우스 패턴을 표현한 바디,
그리고 몽클레르와는
여행지의 공기가 담긴 느낌을
표현한 미러 디자인,
Source | RIMOWA Youtube & cntraveler.com
그냥 캐리어가 아니라
하나의 작품처럼 주목받았죠.
리모와는 더 이상
단순한 캐리어 브랜드가 아니라
상징적인 명품브랜드로 자리 잡았어요.
이 캐리어는
이제 이동의 도구가 아니라
문화와 예술, 패션이
만나는 캔버스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리모와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했고,
브랜드는 럭셔리를
새롭게 정의하기 시작했어요.
화려한 협업과
혁신 뒤에도,
리모와의 근간은
여전히 장인정신에 있어요.
쾰른의 공장에서는
지금도 숙련된 장인들이
수십 년간 다듬어 온 기술로
알루미늄을 조립하고,
리벳을 박으며,
하나의 캐리어를
완성합니다.
여기에 덧붙여서
리모와는
또 다른 가치를 내세워요.
쉽게 버리는 대신,
오래 쓰게 만드는 것.
고객이 사용하다가
수리가 필요해진 가방은
수리 센터로 보내져 수리된 후,
고객과 함께
다시 여정을 이어갑니다.
튼튼함과 긴 수명,
그리고 수리가 가능한 설계.
이 철학 덕분에 리모와는
지속 가능한 럭셔리라는
자리를 지켜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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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와의 가방은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의 기록처럼
변해갑니다.
공항에서 붙인 스티커,
여행 중에 생긴
작은 흠집 하나에도
그 순간의 장소와 기억이
스며들어 있죠.
Source | RIMOWA Youtube
이 흔적들이 쌓이면
가방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여행자의 여정을 담은
앨범이 됩니다.
그리고 리모와는
그 기억이 끊기지 않도록
여행자 곁에서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죠.
세계 주요 공항에 자리한
매장과 수리 센터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도
즉시 도움을 주고,
전자 태그는
긴 줄을 서지 않아도
몇 초 만에 수하물을
부칠 수 있게 하죠.
리모와는 이렇게
기억과 경험을 함께 지탱하며
여행 속에서 살아있는
브랜드가 됩니다.
오늘 날의 리모와는
한순간의 판단에서 시작되었어요.
잿더미 속에서
남아 있던 알루미늄,
그 소재를 선택한 용기와 판단력이
오늘의 브랜드를 만들었죠.
이후 수많은 혁신과 협업,
장인정신과
지속 가능한 철학이 쌓이면서
리모와는 단순한
고급 캐리어를 넘어섰어요.
흠집이 남아도 멋이 되고,
고장이 나도
수리해서 계속 쓰이며,
세대를 이어 전해지는 캐리어.
Source | rimowa.com
리모와는 우리에게
럭셔리란 화려함이 아니라
시간이 만들어낸 신뢰와
경험임을 보여줍니다.
127년을 이어온 여정,
그 출발점은
단 하나의 창의적인 판단과
용기였습니다.
오늘의 이야기, 리모와였습니다.
리모와의 이야기는 영상으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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