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19일

D&DEPARTMENT | 디앤디파트먼트

평범한 물건을 파는 가게가
새로운 소비 문화를 만들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물건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릇, 유리컵, 의자.
오래된 동네 가게에 있을 법한 것들이죠.

그런데 도쿄 외곽의 한 창고에서
이런 물건들만 모아 놓고
그걸 전시처럼 진열한 가게가 하나 생겼어요.

이상하죠?
유행도, 디자이너 브랜드도 아닌,
설명 없이는 그냥 지나치기 딱 좋은 것들인데.

근데 사람들은 그걸 가만히 바라봤어요.
그리고 말했어요.
“이거, 우리 집에도 있었는데…
왜 여기 있으니까 좋아 보이지?”

이게 디앤디파트먼트의 시작이었어요.

이 브랜드는 예쁜 걸 고르지 않아요.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인지를 먼저 봐요.

수리할 수 있는지, 가격이 적당한지,
지역에서 꾸준히 만들어지는지.

이런 기준으로 고른 물건들이
사람들의 여행 목적이 되고,
책이 되고, 전시가 되고,
식당이 되고,
디자인을 대하는 태도까지 바꿨어요.

어떻게 ‘오래 쓰자는 생각 하나’가
전시가 되고, 출판이 되고,
식당이 되고,
심지어 여행의 이유가 될 수 있었을까요?

작은 질문 하나로 시작된 생각의 전환으로
디자인을 바라보는 새로운 기준을 만든
브랜드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1

처음엔 좀 이상한 가게였어요.

언제 생겼는지도 모를 만큼,
도쿄 외곽의 낡은 창고에 자리하고 있었죠.

위치도 불편하고, 주차장도 없고,
간판조차 제대로 안 보였거든요.

그런데 들어가 보면 더 이상했어요.
파는 물건이 죄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익숙한 것들이었어요.

유리컵, 수세미, 밥그릇.
“어, 이거 우리 집에도 있었는데?”
싶은 그런 것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달랐어요.
요즘 물건 같지 않은 바랜 색,
보기 드문 두께를 가진 유리컵,
나무의 결이 살아 있는 의자.

심지어 설명까지 붙어 있었어요.

“이 손수건은 교토 니시진에서
100년간 같은 방식으로
짜온 직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그릇은 도치기현에서

3대가 이어오며 만든 것입니다.”

가장 이상한 건,
사람들이 그걸 사기 위해 일부러 찾아온다는 거였어요.
게다가 기꺼이 시간을 들여서 찾아온다는 것.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이거, 우리 할머니 집에도 있어요.
근데 여기에 있으니까
왠지 더 좋은 것 같아요.”

이 가게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마치 ‘기억을 전시하는 공간’처럼 느껴졌어요.

이 브랜드의 이름은 디앤디파트먼트.
이걸 만든 사람은 디자이너, 나가오카 겐메이.

그는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물었죠.
“지금 너희가 쓰는 물건 중,
10년 뒤에도 그대로인 게 뭐가 있을까?”

그리고 스스로 답했어요.

“없다.”

그게 시작이었대요.
없으니까, 자기가 찾아보기로 한 거예요.

그래서 그는 일본 전국을 돌며
‘오래 쓰일 수 있는 물건’만 찾기 시작했어요.
광고도, 브랜드도,
디자이너 이름도 보지 않고
그냥 살면서 오랫동안 남아 있는 것만.

그리고 그 물건 옆에
이야기를 붙이기 시작해요.

“이 도마는 후쿠오카에서
40년째 쓰이고 있습니다.”

“이 밥그릇은 3,000엔이지만 30년을 버팁니다.”

이런 물건들만 모아서
가게를 차렸고,
‘이건 디자인이다’라고 말하기 시작했어요.

당연히, 초반엔 별로 안 팔렸어요.
예쁘지 않으니까.
유행과 멀어지니까.
가성비도 없어 보이니까.

근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점점 더 그곳을 찾아갔어요.

그리고 그 가게는
조용히, 조금씩,
하나의 기준이 되기 시작합니다.

이 브랜드는 물건을 파는 일보다
팔려야 하는 이유를 먼저 만들었죠.

그 기준은 단 하나였어요.

“오래 쓸 수 있을 것.(LONG LIFE DESIGN)”

2

사람들은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지만,

물건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나면
단순한 컵이 ‘이유 있는 형태’가 되고,
오래된 수세미가 ‘지속 가능한 선택’이 되었어요.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이 유리컵, 왜 이렇게 두꺼워요?”
라고 물으면 대답은 이렇죠.

“이건 홋카이도 오타루에서
장인이 만든 전통 유리컵이에요.
튼튼해서 오래 쓸 수 있고,

지역 공예의 멋이 담겨 있죠.”

사람들은 처음엔 당황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뒤엔
물건을 다르게 보기 시작해요.

하지만 이 방식을
사람들이 바로 받아들이진 않았어요.

그래서 나가오카는
매장 하나 하나를
그냥 제품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삶의 구조를 보여주는 ‘체험 공간’
으로 만들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면
한쪽에는 지역에서 오래 쓰인
식탁 세팅을 그대로 재현해놓고,

또 한쪽엔 그릇 하나에 얽힌
제작자 인터뷰를 영상으로 틀어요.
어떤 날은 제작자를 직접 초대해서
작은 워크숍을 열기도 해요.

사람들은 그런 공간과 상황 속에서,
물건을 고르는 게 아니라, 삶의 방식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디자인을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 남아요.

이런 방식은
매장마다 다르게 적용됐습니다.

예를 들어,
교토점은 아예 절 안에 매장을 열었어요.

고즈넉한 부코지 사원의 공간 안에,
교토의 전통 잡화와 식재료를
조용히 놓았습니다.


제주점은 숙박 공간과 함께 운영돼요.
호텔과 편집샵, 로컬 여행 정보와
팝업 키친이 섞인 형태.

한 번 방문하면 머무는 동안
브랜드의 생각을 체험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도쿄 본점은 출판과 전시 중심으로,
시부야 히카리에의 d47 뮤지엄과 식당은
전국의 지역성과 식문화를 전시하는 플랫폼이 됐죠.

이건 쇼핑을 하는 공간이라기보단
‘이야기와 삶의 흐름을 전시하는 구조’에 가까웠어요.

3

디앤디파트먼트는
일본 전역 47개 지역을 포함해
브랜드 철학에 맞는 상품을 찾아다녔어요.

각 지역에서 만들어지고,
그 지역 사람만 아는 방식으로
쓰이는 물건들.

다카마쓰의 수세미,
미에현의 된장,
홋카이도의 유리컵,
제주의 감귤청까지.

그리고 그걸 있는 그대로 가져와요.
브랜딩 없이, 패키징 없이, 설명만 덧붙여서.

누가 만들었는지,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지금까지 어떻게 남아 있었는지를.

사람들은 이제
물건을 고르지 않고,
이유를 고르기 시작합니다.

디앤디파트먼트는
그렇게 물건이 아니라
태도를 파는 브랜드가 되었고
지금은 일본 디자인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브랜드가 되었죠.

이 브랜드는
새로운 걸 만든 브랜드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것들을,
‘다시 보이게 만든’ 브랜드였어요.

그릇, 수세미, 손수건…
늘 곁에 있었지만
‘일상’으로만 여겨졌던 것들.

디앤디파트먼트는
그 ‘일상’을 전시했고,
그 안에 숨어 있던 철학과 지속성을
드러냈어요.

그리고 그건,
단순한 리빙 브랜드가 아니라
‘디자인에 대한 태도’와
‘물건을 바라보는 시각’을
변화시키는 문화가 되기 시작했죠.

예를 들어,
이 브랜드의 출판물 ‘d design travel’은
일본 47개 지역을 여행하며
그곳의 전통, 문화, 물건, 사람을
디자인 아카이브처럼 엮어냅니다.


책에 실린 건
디자이너가 만든 포스터도,
세련된 편집샵의 신상품도 아니었어요.

그 지역의 된장, 수건, 가게, 장인,
그리고 그게 어떻게 쓰이고
살아남았는지에 대한 기록이었죠.

사람들은 그 책을 보고
‘예쁜 장소’를 찾지 않고,
‘이야기가 담겨 있는 삶의 흔적’을
따라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걸 실제로
식당에서 먹고,
숙소에서 자고,
가게에서 구매해보는 구조가
디앤디의 공간 안에 완성되는거죠.

4

이 브랜드의 d47 식당에서는
각 지역에서 가져온 제철 재료로
지역 고유의 식문화를 그대로 재현합니다.

메뉴판에는
“이건 미야기에서
겨울에 먹는 방식이에요.”

“이건 돗토리 사람들이
설날마다 나눠 먹는 요리예요.”
같은 문장이 적혀 있어요.

사람들은 그걸 먹고
그 음식의 맛뿐 아니라
그 지역의 시간과 삶을
같이 경험하게 되는거죠.

이제는 어떤 물건을 사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기억하느냐,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대한
이야기가 되버린거죠

그래서 디앤디파트먼트를 다녀온 사람들은
그냥 “이쁜 거 샀어”라고 말하지 않아요.

“그곳을 다녀온 뒤로,
물건을 보는 생각이 달라졌어.”

“버리기 전에, 한 번 더 닦아보게 됐어.”

이런 말이 나오기 시작한 거죠.

디자인이 제품이 아니라
감각과 시선, 태도를 바꾼 결과예요.

그 감각은 디앤디파트먼트의
작은 디테일에서도 드러나요.

예를 들어,
쇼핑백을 제작하는 대신,
매장에 모인 다양한 종이백을 재활용해
디앤디 로고 테이프를 붙여서 다시 사용해요

완전히 다른 쇼핑백인데도
사람들은 그 테이프 하나만 보고,
디앤디의 물건이라는 걸 기억하면서
브랜드의 철학을 공감하게 되죠

5

지금 디앤디파트먼트는
전국 각지에서
작은 매장, 식당, 출판사,
전시 공간, 호텔,
그리고 지역 제작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처럼 움직이고 있어요.

그 중심엔 여전히 하나의 기준이 있죠.

“이건, 오래 쓸 수 있을까?”

이 기준 하나로
기억되는 브랜드가 되었고,
디자인의 기준,
지역의 관점,
소비자의 태도까지
조용히 바꾸고 있습니다.

이 브랜드는
혁신적인 기술도,
스타 디자이너도 없었지만,
기준 하나만으로 문화를 만든 브랜드가 되었어요.

디앤디파트먼트는
새로운 것을 만든 브랜드가 아니에요.

이미 있던 것을
다시 보이게 만든 브랜드였죠.

오래 쓸 수 있는지,
그 안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그 기준 하나로
디자인도, 소비도, 지역도
다르게 바라보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브랜드는
물건보다 태도,
유행보다 기준,
스타일보다 감각을 이야기합니다.

그 기준이,
브랜드가 문화를 만든다는 걸 보여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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