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vetica | 헬베티카

Written by: D:

Published on: 2025년 07월 23일

왜 명품브랜드와 글로벌 기업은
이 서체를 선택했을까?




이 로고와 사인들, 많이 접해본 것들이죠?
명품브랜드, 맥도날드, 지하철 사인…

그런데 신기하게도 전부 비슷한 느낌이지 않나요?
왜 그럴까요?
바로, 같은 서체를 쓰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 서체의 이름은
헬베티카(Helvetica).

헬베티카

디자인계에서는 ‘글꼴계의 흰 셔츠’라고 불려요.
어디에나 어울리고, 질리지 않고,
깔끔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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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심플한 서체가 세상에 처음 등장한 건…
1957년, 스위스의 한 작은마을이었어요.

당시 활자 주조소 디렉터였던
에두아르트 호프만은
“복잡한 시대엔, 단순한 서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디자이너 막스 미딩거와 함께
한 가지 목표를 잡아요.

‘아무데나 써도 이상하지 않은 서체.’

쉽게 말해,
개성은 다소 부족할 수는 있지만
어디든 어울리는,

‘서체 디자인계의 만능 아이템’을 만들겠다는 거죠.

그렇게 태어난 글꼴의 이름은
처음엔 ‘노이에 하스 그로테스크(Neue Haas Grotesk)’였어요.
근데… 이름이 너무 길고 발음도 쉽지 않았죠.

그래서 딱 잘라서 ‘헬베티카’로 바꿔요.
스위스를 뜻하는 라틴어 ‘헬베티아’에서 따온 이름이죠.
심플하고 강렬하고,
스위스를 대표하는 느낌을 가지게 됐죠

그리고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글꼴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브랜딩 중 하나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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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헬베티카는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요.
1963년, 독일의 루프트한자 항공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전면 개편하면서
헬베티카를 공식 서체로 채택해요.

그리고 뉴욕 지하철도 모든 사인에
헬베티카를 적용합니다.
복잡하고 정신없는 도시 속에서
헬베티카는 명확하고 정돈된 느낌을 줬거든요.

그 후론 말 그대로 ‘전 세계 어디서나 보이는 서체’가 됩니다.
모두 헬베티카를 선택했어요. 이유는 단순하죠.

신뢰와 명확성.

명품브랜드도 예외는 아니었죠.
입생로랑이 그 대표적 사례예요.

그 브랜드가 지금처럼 간결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갖게 된 건
2012년, 디자이너 에디 슬리먼이
리브랜딩하면서 로고를 헬베티카로 바꾼 뒤부터였죠.

헬베티카

당시 브랜드명을 ‘생로랑 파리’로 변경하면서,
그들의 로고도 ‘고전에서 모던’으로 탈바꿈했어요.

펜디도 비슷했어요.
화려함을 강조하던 전통에서 벗어나,
헬베티카를 통해 ‘절제된 고급스러움’을 전달했죠.

노스 페이스는 견고함을,
BMW는 독일 특유의 정밀성과 신뢰를,
맥도날드는 일관된 소비자 경험을 위해 헬베티카를 선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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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헬베티카에게도 위기는 있었어요.

1980년대,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기본 서체로 헬베티카의 무료 대체재,
‘아리얼(Arial)’을 채택한 거예요.
세상 수억 대의 컴퓨터에서 헬베티카가 밀려난 거죠.

게다가 초창기 디지털 화면에선
헬베티카가 너무 빽빽해 보여서
“읽기 어렵다”는 평도 있었어요.
이건 기술 문제였어요. 렌더링과 해상도 때문이었죠.

그래서 1983년,
더 현대적인 Helvetica Neue(헬베티카 노이에)가,

그리고 2019년, 디지털 최적화 버전
Helvetica Now(헬베티카 나우)가 등장했어요.
이 서체는 스마트워치용 마이크로 버전까지 준비되어 있죠
그만큼 철저하게 디지털 시대를 준비한 글꼴이에요.



그리고 2007년, 이 서체는 영화 주인공이 됩니다.
다큐멘터리 ‘Helvetica (헬베티카)’가 공개되면서
디자인계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어요

이 영화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서체가 디자인의 언어’임을 인식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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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글꼴에 감정을 느낄까요?

글꼴은 사람들이 브랜드를 처음 만나는
시각적 언어 중 하나이기 때문이죠.

우리가 믿고 소비하는 수많은 브랜드가
헬베티카를 선택한 건 ‘그냥 예뻐서’가 아닙니다.

그건 마치 ‘입생로랑’이 자신의 브랜드를 바꾸기 위해
패션의 고정관념을 깨고,
기성복을 만들고,
여성에게 바지 정장을 입히고,
광고에 흑인 모델과 자신까지 등장시키며
자기 정체성을 서서히 재정의한 과정과도 비슷해요.

헬베티카 역시 시대의 흐름에 맞춰 형태는 바꾸되,
정체성은 지켜왔거든요.

헬베티카는 지금도 여전히
활발하게 쓰이고 있죠.
공항 표지판, 앱 UI, 브랜드 로고, 포스터, 간판.
우리 눈에 매일 들어오는데,
그게 헬베티카인 줄은 모를 때가 많죠.

보이지만 튀지 않게.
심플하지만 존재감 있게.


이것이 헬베티카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비결이에요.

그 누구보다 말이 없지만,
그 누구보다 많은 이야기를 대신 전해주는 서체.
바로 헬베티카입니다.

헬베티카의 이야기는 영상으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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