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guin Books | 펭귄북스

Written by: D:

Published on: 2025년 08월 28일

작고 저렴한 종이책이
전 세계 문화의 아이콘이 되다

책 진열대 한쪽에 놓인,
작고 얇은 종이책.
표지도 단순하고,
크기도 손바닥만 해요.

지금 보면
‘그냥 작고 저렴한 책이네’,
하고 지나칠 수 있죠.

하지만 이 작은 책이,
20세기 독서 문화를 완전히 바꿔놓았어요.

예전에 책은 늘 비싸거나,
아니면 품질이 형편없었죠.

좋은 책은
두껍고 무거운 하드커버였고,
싸구려 책은
종이 질도, 인쇄도
엉망이었어요.

그런데 1935년,
한 출판인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좋은 책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게 해야한다.”

이 말이, 한 브랜드의 시작이 되었죠.
페이퍼백(문고판)이라는
새로운 출판 문화를 널리 알리며,
상징적인 서적 디자인을 선보인 브랜드.

오늘의 이야기, 펭귄북스입니다.


1

1935년, 영국.
출판사 편집장이었던 앨런 레인은
미팅을 마치고
런던행 기차를 기다리던 기차역
서점 앞에 서 있었어요.

그때 그는 생각했죠.

“왜 좋은 책은 비싸고,
싼 책은 이렇게 촌스러울까?”


“누구나 세련된 문학 작품을
저렴하고 쉽게 구매할 수는 없을까?”


당시의 저렴한 책(페이퍼백)들은
자극적이고 가벼운 대중오락물이 주를 이루었고
좋은 문학 작품을 접하기는 어려웠죠

그는 돌아오자마자
새로운 출판 방식을 구상합니다.

하드커버 대신 종이 표지로 만든,
가볍고 저렴한 책.

가격은 단 6펜스.
당시 담배 한 갑 가격이었죠.

그리고 판매 장소도 달랐습니다.
서점뿐 아니라
슈퍼마켓,
기차역 매점에도 진열했어요.

책이 ‘서점에서만 사는 물건’이라는
인식을 깨버린거죠.

그 순간부터 책은,
특별한 날 사는 비싼 물건이 아니라
길을 가다 문득 사게 되는 것이 됐어요.

그리고 이 책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가격만이 전부가 아니었어요

그냥 값싼 종이책이라면
오래가지 못했을 거예요.

펭귄북스가 특별했던 건
표지 디자인이었죠.

윗부분에는 ‘PENGUIN BOOKS’,
가운데엔 책 제목과 저자,
아래쪽엔 펭귄 로고.

세 구역으로 나뉜
단순하고 명확한 레이아웃이었습니다.

장르 또한 색상으로 구분했어요.
주황은 소설,
초록은 추리소설,
파랑은 논픽션.

멀리서도 어떤 장르인지,
어떤 브랜드인지 알 수 있었죠.

디자이너 에드워드 영이
런던 동물원에서
직접 스케치한 펭귄 로고가
3분할 레이아웃과
장르별 색 체계가 만나며,

이 표지 디자인은
독자가 책을 집게 만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습니다.

2

1939년,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자
펭귄북스는 책으로
힘든 하루를
버티게 했습니다.

군인들을 위해
더 작게 줄인 ‘포켓 판’을
만들었죠.

그리고 전선과 군사 기지,
병원으로 보냈어요.

그 작은 책은,
군인들의 주머니 속에
자리하게 됐죠.

전쟁터에서도
병사들은 휴식 시간마다
펭귄 로고가 찍힌 책을
꺼내 읽었어요.

지루함을 달래고,
다시 일상을 상상하게 해주는
유일한 수단이었죠.

이 시기의 펭귄북스는
단순한 출판사가 아니라,
문화와 사기를 전하는
통로였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변화는 멈추지 않았어요.

값싼 책은 더 많은 사람들을
독서로 이끌었고,
영국 전역의 문해율을
끌어올렸죠.

역사, 과학, 정치,
예술 같은 분야의 교양서를
누구나 살 수 있는
가격에 공급했어요.

그 결과, 독서는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대중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 변화는 학교와
도서관에도 이어졌어요.
펭귄북스의 책이 교재로 쓰이고,
공공도서관의 기본 장서가 되었죠.

그들이 만든 건,
책 한 권이 아니라

지식을 누구나 쉽게
누릴 수 있도록 만들었던거죠.

3

펭귄북스는 출판물이 늘면서,
일관성을 지킬
디자인 체계가 필요해졌어요.

1947년,
디자이너 얀 치시홀트가
펭귄북스의 디자인 원칙을
다시 세웠습니다.

서체 크기, 행간,
여백, 로고 위치,
제목과 저자명의 배치를 통일해
500권이 넘는 표지를
하나의 구조로 정리하였죠.

1960년대에는 로멕 마버가
사진과 일러스트를 넣어도
흔들리지 않는
마버 그리드(Marber Grid)를 만들었고,

이 후에,
아트 디렉터 제르마노 파체티가
사진 중심의
현대적 커버를 도입하며
시각 언어를 넓혔습니다.

그렇게 펭귄북스의 디자인은,
규칙을 지키면서도
시대에 맞게 진화해왔던거죠

시간이 흐르면서
펭귄북스는 시리즈마다
고유한 특징을 담아
디자인을 확장했어요.

‘모던 클래식스(Modern Classics)’ 시리즈는
은박 실버와 다양한 이미지로
고전 문학에
현대적인 감각을 입혔고,

‘클로스바운드 클래식스(Clothbound Classics)’는
천으로 덮인 단단한 표지와
섬세한 패턴으로
책을 하나의 장식품이자
수집품으로 만들었죠.

이 변화는
브랜드의 통일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각 시리즈만의
팬층을 만들었어요.

독자들은 이제
‘펭귄북스’라는
이름만큼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시리즈의
디자인을 찾게 되었죠.

펭귄북스의 표지는
시대마다
다른 얼굴을 가졌지만,
그 속엔 언제나
뛰어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코럴리 빅퍼드-스미스는
‘클로스바운스 클래식스’ 시리즈의
모든 패턴을
작품 속 상징과 분위기에서
찾아냈어요.

그의 디자인은
책을 읽지 않아도
내용을 느끼게 만들었죠.

또한 일러스트레이터와의
협업을 통해 한정판 표지나
기념 시리즈를 선보이며,

수집가와 젊은 독자층을
동시에 끌어들이기도 했죠.

이건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라
브랜드 전략이기도 했어요.

소재, 패키징,
넘버링, 발매 방식까지.

경험을 설계하며
“같은 책, 다른 소유 경험”을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특별한 표지들은,
책장에서만 끝나지 않았어요.

전시회로, 굿즈로,
또 다른 문화 경험으로
이어지기 시작했죠.

4

펭귄북스의 디자인은
이제 책에서만 머물지 않아요.

과거 표지를 그대로 담은 포스터,
로고를 새긴 머그컵과 에코백,
책 모양을 본뜬 노트와 엽서.

영국과 해외의
디자인 뮤지엄에서는
펭귄북스 표지가
전시 주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책이 예술 작품처럼
액자에 걸리고,
굿즈 매장에서 펭귄북스의 상품이
팔리는 풍경이 자연스러워졌죠.

이건 단순한 상품 확장이 아니라,
브랜드의 시각 언어가
생활 속으로 들어온 순간이었어요.

펭귄북스는
더 이상 ‘읽는 물건’이 아니라,
가지고 싶은 문화 오브제가
되어가고 있었죠

전자책과 오디오북이
자연스러워진 요즘.

종이책이 디지털에 밀린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 이 시기에,
펭귄북스는 위기보다
기회를 봤습니다.

전자책과 오디오북 시대에도
표지 디자인의 철학을
최대한 유지하려 노력했죠.

작은 전자책 썸네일이나
오디오북 커버에서도
브랜드를 인식할 수 있도록
컬러와 로고,
레이아웃 원칙을 적용했어요.

또한 웹사이트,SNS 등
온라인 채널 전반에
동일한 시각 언어를 사용하며
온오프라인의 브랜드 경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독자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SNS에서 한정판 커버 공개,
디자인 비하인드 스토리 공유 같은
시도를 이어가며
변화를 즐기는 브랜드로 남아 있죠.

5

삼단 블록 표지에서
시리즈별 디자인까지,
펭귄북스의 모습은
많이 달라졌어요.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좋은 책을, 누구나 읽을 수 있게.”

이 단순한 목표가,
가격 정책부터 유통 방식,
디자인 철학까지
모든 선택의 기준이었죠.

그 결과 펭귄북스는
값싼 종이책이라는
출발점을 넘어,
지식과 문화의 아이콘이
되었어요.

이 브랜드가 남긴 건,
종이와 잉크로 만든
책 한 권이 아니라,
책을 대하는 새로운 기준이었던거죠.

펭귄북스는 단순히
한 권의 책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책을
어떻게 디자인할지,
어디서 팔고,
누가 읽고,
어떻게 기억할지까지
하나의 구조로 만들었죠.

이 구조 안에서
책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문화와 경험이 되었고,
브랜드는 시대를 넘어
살아남았어요.

값싼 종이책에서
시작한 이 브랜드는
지금도 여전히,
세상 어디에서든 읽히고,
보여지고, 수집되고 있습니다.

오늘의 이야기, 펭귄북스였습니다.


펭귄북스의 이야기는 영상으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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